멘탈이 무너졌다.
뭔가 다 피해서 쉬고 마음을 보살피고 싶었다.
불교는 아니지만 뭔가 내 멘탈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템플스테이.
네이버지도에서 식당이건 카페건 찾는 네이버지도의 노예이기에, 템플스테이도 네이버지도에서 찾았다.
서울과 성남쪽은 템플스테이가 많지만, 인천/경기서남부권은 아주 전멸했다..
이렇게나 템플스테이가 많으니 언제든 신청해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저 많은 템플스테이가 항시 주말에 하는 것도 아니고, 정원도 대충 10~20명 내외이기에 이미 한달 예약이 다 차있는 경우도 많다. 나도 한 3일간 꾸준히 시도해보다 갑자기 자리가 나서, 신청한 그 주말에 갈 수 있었다.
재개발 동네를 지나 산속에 있는 금강정사.
아직 재개발이 안돼서 버스정거장으로부터 걸어서는 15분쯤 걸어야 할 것 같다.
주차장은 꽤나 넉넉해서 차를 갖고와도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퇴소날인 일요일 오전엔 예불시간과 겹치면서 차량이 많아진다!)
경기도 광명에 있는 산속의 절.
도심속의 절인데 사진으로 보면 전혀 알 수가 없다.
대웅전을 바라보고 왼쪽에 관리실이 있어, 여기서 템플스테이 예약자를 확인하고 옷을 받고 방배정을 받는다.
그동안은 그린벨트로 묶여서 건물을 새로 못지어서, 템플스테이하는 공간도 제대로 못 갖췄다고 하셨는데, 내년엔 제한이 풀리면서 숙소도 깔끔하게 새로 지으신다고 한다.
내가 신청한 주에는 남자가 2명 뿐이라 이 게스트룸을 받았다.
둘이 쓰기에는 충분히 넓었고, 화장실도 같이 있었다.(다른 템플스테이숙소는 다 별도 화장실/샤워실)
다른숙소 / 별도 샤워실 (그래도 드라이어도 있다!)
대웅전 왼편에 나무그늘과 함께 있는 벤치.
자유시간만 있으면 여기 앉아서 절 구경, 경치 구경을 했다.
이곳이 경기도 광명인가?
새소리도 좋고, 풍경도 좋다.
작은 신전과 절에서 관리하는 듯한 텃밭과 장독대들.
좀 일찍와서 이리저리 둘러보다보니 어느덧 3시이다.
드디어 이제 아래 스케줄처럼 템플스테이 시작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별거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은근 자기만의 사색의 시간은 많지 않다ㅋㅋ
지금봐도 왜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10~20분 멍때리다 보면 다음 스케줄이다.
1. 사찰예절/일정소개
가볍게 인사하는 법, 절하는 법 등을 안내해주신다.
스님말고 절에서 근무하시는 보살님이 알려주시는데, 반 민간인이셔서 더 친근하게 우리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으로 알려주신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총 12명이었다.
나이대는 고등학생부터 30대 중후반까지 였던것 같고, 성별은 남자 2명, 여자10명.
커플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고, 혼자온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혼자와서 혼자온 사람들과 밥먹으면서 친해져서 재밌었다.
2. 구름산 산책
무조건 운동화를 꼭 챙겨오라는 문자를 사전에 안내받았는데, 바로 이 구름산 산책 때문이다.
한 15분 정도 가볍게 뒷산을 올라가는데, 슬리퍼로는 좀 무리가 있다. 우리 조에도 한분이 크록스신고 오셨다가..
산에 올라가 다들 앉으면 보살님이 떡꼬치와 진귀한 차를 주셨다. (이름이 생각 안나는데 직접 우려내신거라고..)
그리고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하나 듣고 내려왔다.
노래만으로 마음의 불안이 작아지는, 뭔가 템플스테이에 딱 맞는 선곡이었다.
3. 저녁공양
하도 블로그에 절밥이 고기가 없어도 맛있다!! 라는 걸 많이 봐서 맛없을까봐 걱정은 하나도 안했다.
역시나 꽤나 맛있었는데, 간이 오히려 좀 쎄다 싶었다. (스님들은 간이 엄청 약한걸로 드신다고 함다)
(여튼 사진 반찬말고 잡채도 있었다)
보살님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같은 테이블 사람들끼리 가위바위보해서 설거지 몰아주기하면서 어색한 관계를 깰 수 있었다.
4. 저녁예불
교회 예배만 드려봤었는데, 절에서 예불은 처음이다.
불경책이 있었고, 다행히 한글로 되어있어서 뭔가 따라가기가 쉬웠다.
주로 스님이 불경을 읊으시고, 신도들은 타이밍에 맞춰서 절하는 것이 몇번 있었다.
5. 108배
가장 엑티브한 활동이었다.
절이 우리가 설날에 냅다 바닥에 몸을 던지는 절이 아니라, 불교에서 하는 절은 허벅지의 근육 하나하나를 깨우는 절차로 이뤄진다. 그래서 새배 3번하는 것 만큼의 힘과 에너지가 절 1번에 사용되는 것 같았다.
여튼 108배는 한번 절할 때마다 부처님께 한가지 주제씩 기원하고, 절하고, 염주 1개를 꾀는 것이었다.
기원하는 것은 녹음된 음성이 있어서 그 음성에 맞춰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다같이 절하고 염주를 꾀었다.
이게 생각보다 속도감이 있어서, 기원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염주꾀는데 집중을 하게되는...ㅋㅋ
108배를 마치니 어느덧 내 염주가 완성되었다.
얘는 내가 직접 고생하며 만든 염주라 의미가 있으니 함부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6. 자율시간
시간표에는 한시간이 자율시간이었지만, 사실 108배 이후 보살님과 참가자들이 다들 옹기종기 둘러앉아 잡담을 하느라 자율시간은 30분정도였다.
금강정사 야경을 구경하고 씻고 잠들어버렸다ㅋㅋㅋ
9시 취침이라 과연 잘 수 있을까했는데, 진짜 10시도 되기전에 스르륵 잠들었다.
108배가 꿀잠 열쇠인듯하다.
7.새벽예불
4:45
보살님도 강요는 아니라고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만 참석하라는 새벽 예불.
근데 참가자 12명 다들 기가막히게 참석하였다.
다들 108배하고 9시에 꿀잠잔듯하다..
새벽예불은 전날 저녁 예불과 다르게 일반인들도 참석하는 예불이다.
정식 예불이라 그런지 시간도 훨씬 길었다. 약 한시간 20분정도?
새벽 4:45 예불 들어가기 바로 직전.
구름산은 이미 하루가 시작됐다!
8. 명상
명상은 불교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스님께서 초보명상법 3가지를 알려주셨다.
앉아서 하는 것과 누워서 하는 것이 있었다.
스님께서는 출근전에 누워서 가볍게 5~10분 명상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이미 수업중에 2명이나 누워서하는 명상이 끝나도 일어나지 않았다ㅋㅋㅋ 출근은 어디로~
여튼 원래도 명상에 관심이 있었고, 뭔가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금강정사의 아침.
9. 아침공양
전날 저녁도 그렇고, 과일이 엄청 달고 맛있다!
그리고 채소들도 날것이 거의 없고 다들 정성스럽게 양념이 되어있다.
그리고 일요일 공양엔 누구든 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10. 스님과의 차담
큰 좌식 찻집(절안에 있는)에서 스님이 가운데 앉으시고, 나머지는 3~4명씩 테이블에 둘러앉아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 것도 굉장한 수련?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냄새맡고 맛보고 목넘기고 하는 모든 행위를 인지하는.. 명상같은?
여튼 1시간동안 스님께서 참가자들 나이대에 맞는 고민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공유해주셨다.
그리고 개별 고민들도 물어보라 하셨는데, 다들 사람들 앞이라 쉽게 말하지 못했다ㅜ
그래도 도를 닦는 스님께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생각보다 좋았다.
이렇게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방정리, 옷반납 후 퇴소했다.
6만원에 1박2일과 함께 이정도 경험이면 너무 괜찮은 것 같다.
약간 혼자 사색할 시간이 더 있었으면 했는데, 뭔가 저 여유로운 시간표에서 내가 못찾은게 이상한거 같기도 하고..
여튼 좋은 사람들도 만나서 재미도 있고, 건강하게 보낸 1박2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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